롤워커 / Roll Walker
윤태현
“고령자에게 보조기기는 도움이 아니라 낙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.” 한국의 고령층은 신체적 불편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, 외형상 ‘노인처럼 보이는 것’을 꺼려 보행기 등 보조기기 사용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합니다. 이는 기능 부족보다 사회적 낙인(stigma)과 디자인의 결핍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. 보조기기는 삶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‘약자의 상징’처럼 여겨지고 있으며, 그 결과로 실내 낙상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. UNI-UM의 Roll Walker는 이러한 현실에 응답하기 위해 기획된 디자인 기반의 실내용 보행 보조 가구입니다. 전체 고령자 낙상사고 중 74.8%가 실내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를 기반으로, 집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와 미학을 갖춘 제품을 제안했습니다. 의료기기 특유의 기능성 외형을 배제하고, 가구처럼 보이는 디자인으로 심리적 저항을 줄였으며, 목재와 파우더 코팅 프레임의 조화로 따뜻하고 현대적인 인상을 표현했습니다. 좌식 시 자동으로 고정되는 시트, 책상과 트롤리로의 전환 기능, 실내 보행 손잡이로의 활용성 등 모듈형 구조를 통해 다양한 생활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. Roll Walker는 단순한 ‘기능 제품’이 아닌, 존엄한 노후를 위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오브제입니다. 디자인을 통해 고령자의 자존감을 지키고, 스스로의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. 이 프로젝트는 “보조기기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, 자랑할 수 있는 삶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”는 철학 아래 진행되었으며, 디자인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.